[천자 칼럼] 국격과 '여권(旅券) 파워'

입력 2018-10-11 18:20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한국 여권(旅券)으로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는 188개국이다. 영국 컨설팅그룹 헨리앤드파트너스의 ‘2018 헨리 여권지수’에서 한국은 독일·프랑스와 함께 ‘여권 파워’ 공동 3위에 올랐다. 1위는 일본(190개국), 2위는 싱가포르(189개국)다.

올해 초 글로벌 금융자문사인 아톤캐피털이 발표한 여권지수에서는 한국이 싱가포르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여권지수는 비자 면제, 국가 인식, 개인 자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등급을 매긴다. 한국 여권이 이렇게 인기를 모으면서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불법 거래되기도 한다.

여권지수가 높다는 것은 국가 평판이나 위상, 국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국가의 품격인 국격(國格)까지 높다는 것은 아니다. 한자로 품(品)은 여러 사람이 의견(口)을 주고받으며 물건(品)의 좋고 나쁨을 판정하는 것, 격(格)은 각각(各)의 나무(木)가 똑바로 자라도록 한다는 의미다. 서양에서도 격(dignity)은 ‘여러 사람을 위한 명예로운 가치’를 말한다.

국격은 인격의 총합이므로 각 개인의 품격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어령 교수는 “국격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몸에 배어 있는 문화이자 보이지 않는 국가의 혼”이라며 “이를 높이려면 우리 안의 ‘천격(賤格)’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집단의 이익만 좇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 귀를 막아버리거나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사회는 격을 갖추기 어렵다.

국격은 개인과 기업의 운명까지 좌우한다. 국가 평판이 낮으면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어렵고, 국내 인재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품격 있는 국가의 상품은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국가 디스카운트’로 손실을 입게 된다. 군사·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적인 소프트 파워를 함께 갖출 때 국격이 높아진다.

일본은 자동차와 전제제품을 앞세우던 산업대국에서 스시(초밥)·가부키·온천 등을 활용한 문화대국으로 변하고 있다. ‘여권 파워 1위’도 국격을 높인 결과다. 《국가의 품격》을 쓴 후지와라 마사히코는 국격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만들어가는 향기’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여권 파워에 맞는 품격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프라 중심의 ‘물리적 매력’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비즈니스 매력’, 역사·전통 등의 ‘문화 매력’, 외국인 호감도를 높일 ‘감성 매력’을 갖추라고 권한다.

여기에 국가 리더들의 ‘리더십 매력’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다. 이 모든 것을 보듬어 품격 있는 사회를 완성해야 할 주역은 우리들 각자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매력 코리아’의 힘도 우리에게서 나온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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